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일회용컵 보증금제

김한솔 기자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숍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일회용컵을 사용하면 음료 가격에 보증금을 더해서 낸 뒤,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제도다. 2002년부터 시행되다 2008년 폐지된 이 제도를 2022년부터 다시 시행하는 내용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번 시행됐다 폐지된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왜 12년이 지난 지금 다시 등장한 것일까. 일회용컵 보증금의 적정 금액은 얼마이고, 또 미반환된 컵의 보증금은 어떻게 사용되는 것일까. 경향신문은 21일 환경부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에게 2022년부터 시행되는 새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물었다. 그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일회용컵. 연합뉴스

일회용컵. 연합뉴스

-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매기면 어떤 효과가 있나.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자원순환 정책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재질이 다양한 일회용컵은 분리 배출되지 않으면 폐기물장에서 선별이 어려워 그냥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보증금제를 도입하면 재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회용컵 자체가 ‘돈’이 되는 만큼 길거리 투기를 막는 효과도 나타난다.”

- 그럼 과거에 시행됐던 건 왜 사라졌나.

“당시 시행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것이 아니라 환경부와 일부 패스트푸드·커피숍들 간의 ‘자발적 협약’ 형태로 시행됐다. 이 때문에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미회수된 일회용컵의 보증금 활용 방식도 문제가 됐다. 일부는 환경미화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일부는 기업들이 재생종이로 노트나 달력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등 사실상의 ‘기업 홍보비’로 사용돼 논란이 됐다.”

- ㄱ커피전문점에서 받은 일회용컵을 ㄴ커피전문점에 반환해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나.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ㄱ커피점에서 받은 컵은 ㄱ커피 매장에만 반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2022년 시행되는 새 일회용컵 보증금제에서는 다른 브랜드 매장에 컵을 반납해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보증금은 얼마인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시행 중인 ‘빈 용기 보증금제’(소주·맥주병 등 일부 유리 용기 제품에 시행 중인 보증금제)와 비슷한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병 보증금은 100~130원이다. 과거 자발적 협약 형태로 시행된 일회용품 보증금은 50~100원이었다. 환경부가 소비자 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회용컵 보증금 액수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265원’이 적정 액수로 나오기도 했다. 환경부는 컵의 원가와 정책적 필요성 등을 감안해 시행령으로 금액을 정할 예정이다.”

- 미반환되는 일회용컵도 발생할 텐데, 그 보증금은 어떻게 쓰이나.

“과거 보증금 운용에 관한 문제가 발생했던 만큼 이번에 통과된 법에는 환경부 산하에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서 미반환보증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결정하게 된다.”

- 보증금은 현금으로만 받을 수 있나. 꼭 직접 매장에 가서 컵을 반납해야 하나.

“현금으로도 받을 수 있지만, 카드 포인트나 계좌이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제도가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보증금제에 참여했던 매장들은 수거된 일회용컵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하고, 냄새가 나는 등 위생상의 문제를 호소하기도 한 만큼, 매장까지 안 가도 컵을 반납할 수 있는 ‘무인반환기’ 등의 설치도 논의되고 있다.”

- 재활용은 되겠지만, 일회용컵 자체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을까.

“지금도 텀블러 등 다회 용기를 사용하면 음료값이 몇 백원 할인되는데, 일회용컵에 보증금제가 도입하면 그 차이가 더 커진다. 자연스럽게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 결국 보증금 액수가 높아져야 반환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보증금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100원 이상이면 일단 회수는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한 구간당 1250원인 지하철의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이 500원인 것에 비춰볼 때 컵 보증금도 액수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처음부터 액수를 너무 높이면, 반발이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지금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지, 인식을 개선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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